[그림그리기] 사진 보고 색연필로 그린 고등어 세밀화_바다 생물 드로잉
문어 그림을 완성하고 나니, 문어와 함께 걸어둘 생선 한 마리를 그려보고 싶었다. 비늘의 무늬나 모양의 특징이 뚜렷한 생선 사진을 찾아 헤맸지만, 마음에 쏙 드는 참고 사진을 고르는 것이 쉽지 않았다. 고등어 사진을 하나 골랐는데, 좀 더 선명한 비늘무늬와 통통한 몸집의 생선이었으면 더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조금 남았다.
문어는 하얀 색연필로 그렸었는데, 선생님께서 이번에는 컬러 색연필로 고등어를 그려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하셨다. 색연필로 세밀한 색감을 표현해 보는 건 처음이다. 그러고 보면, 그림을 그리는 것은 매번 새로운 경험과 도전의 연속이다. 써보지 않은 재료를 써보고, 그려보지 않은 대상을 그려보고, 표현해 본 적 없는 색감을 표현해 본다. 이런 새로운 경험과 도전 때문에 그림 그리는 매 순간이 설렌다.

고등어 사진을 보며, 부위별로 사용할 색을 어느정도 추려봤다. 전체적인 바탕을 이루는 색이 있지만, 세세히 살펴보면 볼수록 고등어 한 마리 안에 놀랄 정도로 다채로운 색감이 발견된다. 처음에는 몇 가지 대표적인 색을 골라 시작했지만, 나중에는 여러 가지 색을 조금씩 섞어가며 고등어 비늘의 오묘한 빛을 따라 표현해 보았다. 수많은 색연필 속에서 적절한 색을 고르는 것은 쉽지 않지만 재밌다. 그냥 봐서는 알 수 없지만 다른 색과 섞였을 때 원하던 색감을 내는 경우가 많았다.


고등어에서 특히 인상깊은 디테일은 머리, 꼬리, 등 무늬다.
머리는 눈과 그 주변의 비늘 주름이 도드라졌고, 아가미 옆에는 반투명한 지느러미가 치켜 올라가 있다. 가지런히 놓인 꼬리는 몸에서부터 방사형으로 섬세한 결을 뻗치고 있다. 등 무늬는 가장 뚜렷한 특징인데, 등 쪽으로는 선명한 무늬를 보이고 몸통 쪽에서는 무늬가 살짝 희미해진다.


빛을 받은 머리와 몸통 중앙은 하얗고 환하게 광을 내고, 배 아래쪽에는 은은하게 무지갯빛이 감돈다. 사진 속에는 고등어 위에는 노란 자가 고등어의 등 비늘에 비추어 노랗게 빛나는데, 이 부분까지 표현해 보기로 했다. 자는 그림에 넣지 않았지만 이 고등어는 노란 자가 비춰진 고등어다.
지난번 문어를 그릴 때 깨달은 것은, 사진을 보고 그릴 때 사진 원판과 내 그림을 나란히 놓고 사진을 찍어서 보면 어떤 부분에서 보완이 필요한지 더 잘 보인다는 점이다. 고등어를 그릴 때에도 같은 방식으로 사진을 찍어보니, 특히 전체적인 색감 부분에서 보완할 부분들이 분명히 보였다. 매 시간 사진을 찍어보면서, 등 무늬는 전체적으로 더 진해져도 되고, 꼬리 밑으로 얇게 그림자가 깔린다든지, 지느러미 윗쪽 색이 생각보다 회색빛이 돈다든지 하는 세세한 부분을 잡아낼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특히 신경 쓴 부분은 생선 중앙에 빛을 받아 반짝이는 부분이었다. 문어의 오돌토돌한 피부를 표현할 때처럼, 처음에는 점을 찍어서 비늘의 밝은 부분이 상대적으로 두드러지게 표현해보려고 했는데, 점이 과해져서 뭉치면서 탁하게 표현되었다. 이걸 만회하고자 얇은 전동 지우개로 살짝살짝 찍으면서 덮여있던 색을 걷어내며 작은 원을 그려보았다. 얇은 전동 지우개는 문어를 그릴 때 처음 사용해 본 도구인데, 색감을 덮어 높은 상태에서 아주 작고 동글 동글한 하얀 빛 반사를 표현할 때 딱이다.


디테일을 더할 수록 새로운 디테일이 보여서 다듬고 또 다듬으며 고등어 한 마리 완성했다. 볼수록 부족한 부분이 많이 보이지만 처음 스케치를 시작할 땐 상상할 수 없었던 결과물을 보면 재미있다. 색연필로 이렇게까지 아름다운 색감의 고등어를 표현할 수 있다니 신기하기도 하고.


완성된 고등어는 식탁 옆에 걸어놨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