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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양귀비 1주일 개화 과정 ('23.11 & '25.03 @어니스트플라워)+자연 양귀비 (@올림픽공원 들꽃마루)

오모나25 2025. 3. 11. 18:09

양귀비는 봉오리 상태에서부터 꽃이 진 후의 열매 상태에 이르기까지, 넋을 놓고 바라보게 되는 꽃이다. 우리 집에는 '23년에 한 번, 이번에 한번, 이렇게 두 번째 들여오게 되었는데, 이번 양귀비는 전체적으로 23년도 것에 비해 훨씬 건강하고, 꽃 머리가 큼직하며 색감도 선명하다. 이렇게 시중 꽃집에서 파는 양귀비는 아편 양귀비와는 별개의 관상용 종이다.

 

양귀비의 개화를 가까이에서 관찰하고 그 매력에 빠져버린 건 '23년 겨울이다. 공원 꽃밭에서 보던 양귀비를 어니스트 플라워에서 절화로 살 수 있다는 것을 보고, 신기해하며 들여왔었다.

 

먼저 봉우리 상태로 온 양귀비의 구불구불 넘실거리는 자태에 빠졌고, 시시각각 변화하는 모습을 넋 놓고 바라보았다. 매일매일이 새로운 그 모습을 다양한 각도에서 많이도 남겨놨다.

'23.11. 시시각각 변화하는 양귀비의 매력에 빠지다.

 

안타까웠던 건, 매일같이 물을 갈고 줄기 끝을 잘라 주었음에도 줄기가 매우 빠르게 물러졌고, 머리가 무거워 꽃이 피기도 전에 줄기가 꺾이는 녀석이 다수였다. 그런 녀석들은 꺾인 윗부분을 잘라 조그만 유리병이나 접시에 놓아주었다. 이렇게 하면 최대한 꽃이 피는 걸 볼 수 있지만, 줄기가 얼마 안 남았고 암술 부분이 물에 가까워 빠르게 썩었다.

 

'25.03 다시 양귀비를 들여오다

- 도착부터 1주일간 변화 -

 

얼마 전, 다른 꽃을 사려고 어니스트 플라워를 보고 있었는데 양귀비 1+1 특가 세일을 하기에 냉큼 들여왔다. 좋은 선택이었다. 일단 23년도에 들였던 녀석들보다 크고 건강한데다가, 1주일 내내 시시각각 변화무쌍한 아름다움으로 우리를 기쁘게 해주고 있다.

 

D-0 양귀비 도착.

절화 상태에서 양귀비는 물을 올리면 빠르게 꽃을 피워내는 편이다. 봉우리 틈으로 곧 피어날 꽃의 붉은/노란 잎이 엿보인다.

최근에 이케바나용 켄잔(꽃 개구리) 핀을 들여왔는데 줄기와 꽃의 조형감이 뛰어난 양귀비에 딱일 것 같아서 몇 개 꽂아보았다. 드라마틱한 연출을 위해 긴 대를 꽂아줄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긴 대를 꽂으면 줄기가 약한 양귀비의 경우 목이 꺾여 빨리 시들 것 같아서 조금 짧은 녀석들로 꽂아봤다.

양귀비 도착 직후 모습

D+1 첫 개화.

전날 밤 물을 올려준 양귀비 중 두 녀석은 벌써 확 피어 났다. 흰색 종잇장처럼 구깃구깃한 멋을 가진 잎들이 펼쳐지고, 중앙에 선명한 별모양의 암술머리가 시선강탈이다. 샛노랗고 가느다란 수술들이 암술머리를 빼곡히 둘러싸고 있다.

 

D+2

이튿날 밤 너도나도 폭발적으로 피어나는 양귀비. 붉은 색감도 어마어마하다.

 

D+3 

햇살 아래서 더 선명한 빛을 발하는 양귀비. 이제 전체의 반은 꽃을 피웠다.

 

D+4

꽃이 만개한 녀석, 막 피어나는 녀석, 아직 봉우리인 녀석. 모두 어우러져 어느 각도에서 보나 역동적이고 아름답다.

 

D+7 일주일 째.

여전히 선명한 색감의 아름다움을 유지한 녀석도 있고, 색이 점점 바래가는 녀석도 보이지만, 전체적으로 싱싱하다.

이케바나 켄잔에 꽂아준 녀석들은 아무래도 물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서인지 꽃을 제대로 피우지 못하고 조금씩 말라갔다. 꽃을 오래 보는 게 목적이라면 침 꽂이가 최적의 옵션은 아니다. 지금이라도 구제할 수 있을까 싶어 작은 물병에 따로 꽂아주었다. 

 

이케바나 핀꽂이에서 꽃을 못피우던 녀석들을 부풀리움과 함께 작은 병에 옮겨주었다.

양귀비 꽃 약간의 관리로 오래 보기

여느 절화들과 같이, 양귀비도 줄기 끝을 잘라 물관의 숨통을 틔워줘야 오래 본다.

특히 양귀비는 줄기가 무른 편이고 하루라도 끝을 잘라주는 걸 게을리하면 물관에 이물질이 끼는 걸 관찰할 수 있다.

(왼) 이물질이 낀 줄기 끝 / (오) 물을 갈고 줄기 끝 막힌 부분을 잘라준 모습

자연 상태의 양귀비 @올림픽공원 들꽃마루

매년 5월이면 올림픽공원 들꽃마루에 붉은 양귀비가 흐드러지게 핀다. 양귀비도 종이 다양하게 있다고 하니 절화로 집에 들여온 양귀비와 다른 종일 수도 있겠다. 색이 새빨갛고 꽃 안쪽은 어둡다. 꽃이 진 후에 남은 암술 위의 모양도 절화로 본 양귀비와 조금 다른 모습이다. 올해도 기대되는 양귀비 꽃밭.

'22.05. 올림픽공원 들꽃마루의 양귀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