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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해결] 고사리 잎이 축 처지고 꺾일 때?_코니오그램, 에버그린 고사리 잎 쳐짐 증상

오모나25 2025. 3. 28. 08:00

몇 주 전, 조인폴리아에서 솜사탕 고사리와 함께 코니오그램 고사리, 에버그린 고사리를 데려왔다. 

코니오그램 & 에버그린 고사리 간단 소개

코니오그램 고사리(Coniogramme emeiensis)는 중국 쓰촨성 엠이산(峨眉山) 지역이 원산지다. 비교적 넓고 짙은 녹색 잎의 잎맥을 따라 연두색 선명한 줄무늬가 있는 게 특징이다. 이 선명하게 그려놓은 듯한 무늬가 아름다워서 골라왔다.

야생 상태의 코니오그램 (출처:https://www.inaturalist.org/observations/229280193)/ 조인폴리아에서 가져오기 직전의 코니오그램

 

에버그린 고사리 (Pteris ensiformis)는 동남 아시아와 남태평양 지역에 자생하는 Pteris ensiformis의 원예 품종이다. 길고 날렵한 잎이 좌우 대칭으로 펼쳐지는 특징이 있다. 잎 형태는 동일한데 잎의 안쪽이 하얀색인 개체도 보인다.

야생 상태의 에버그린 고사리 (출처:https://www.inaturalist.org/taxa/167539-Pteris-ensiformis) / 조인폴리아에서 가져오기 직전의 에버그린

 

모두 처음 집에 데려 왔을 때 싱싱하고 건강한 모습이었고, 코니오그램과 에버그린은 조금 큼직한 둥근 토분에 나란히 심어 분갈이 해주었다.

🌿 잎이 축 처지기 시작하다

분갈이 후에는 반그늘에서 일주일 정도 휴식기를 줬고, 그 뒤로는 적당한 빛이 드는 거실 코너에 자리를 잡아주었다. 물을 나름 흠뻑 줬다고 생각하고 안심했는데, 며칠 후 에버그린 고사리의 잎이 눈에 띄게 축 처졌고, 코니오그램도 미세하지만 힘이 빠진 듯한 모습을 보였다.

 

물을 준 지 3일도 안 되었는데 왜 이럴까? 흙에 손가락 한마디를 넣어보니 흙 속은 아직 촉촉했다. 물 때문이 아닌가? 그런데 잎이 처지는 증상은 물 부족에서 가장 흔히 나타나는 증상이기도 하다. 일단 다시 한번 잎 사이사이로 물을 골고루 주어보았다.

💧 역시 물이 문제였다.

다음 날 아침, 잎에 다시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깊은 안도. 역시 물이 문제였다. 이 두 녀석은 둥글고 큰 토분에 함께 심었고, 물을 줄 때 화분 가장자리 쪽으로 둥글게 둘러가며 주었었다. 흙 속이 젖은 것처럼 보였지만 정작 식물이 심겨 있는 중심부 뿌리까지 물이 잘 닿지 않았던 것 같다. 물 부족은 원인만 파악되면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 다행이다.

물을 꼼꼼히 다시 준 다음 날, 팽팽하게 되살아난 고사리들/ 물이 식물에 닿지 않는 잘못된 물주기 방식(chatGPT 생성이미지)

🌱 에버그린의 회복과 놀라운 생명력

고사리들이 풀이 죽었다가 물을 주고 다시 살아나는 과정을 지켜보며, 특히 놀라웠던 건 에버그린의 회복력이었다. 처음 집에 들여올 때, 에버그린은 날렵한 깃대를 세운듯 용맹한 모습이었는데, 풀이 죽으면서 길게 솟았던 얇은 줄기들이 완전히 꺾여버렸었다. 이미 꺾인 줄기는 살아나기 어렵다고 생각했고, 안타깝지만 나중에 잘라줄 계획이었다. 그래도 혹시나 싶어 옆에 있는 잎들에 살짝 기대어 세울 수 있는 만큼만 세워 두었다. 그런데 다음날,

꺾였던 줄기가 꼿꼿이 서 있었다.
꺾인 부위는 여전히 검게 변한 상태 그대로였지만,
윗부분의 잎은 싱싱하게 살아 있었고,
이리봐도 저리봐도 스스로 서 있다.

 

이미 꺾여 검게 변했던 줄기마저 스스로 일으켜 세우는 회복력, 그 생명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줄기가 꺾여 검어진 부분

💧 서로 다른 두 개체의 고사리를 같은 화분에 키울 때

동일한 환경에서 에버그린과 코니오그램을 함께 키우다 보면, 수분 부족 신호를 식물마다 다르게 보이는 것을 알 수 있다. 에버그린은 잎이 얇고 가늘어 수분이 부족해지면 금세 전체적으로 잎이 내려앉아 풀이 죽은 듯한 모습이 나타나는데, 이를 통해 비교적 빠르게 물이 필요하다는 걸 알 수 있다. 반면, 코니오그램은 잎이 넓고 단단해 보여 겉보기에는 큰 변화가 없어 긴가민가할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잎을 살짝 만져보면 감이 온다. 두 식물 모두 수분이 충분할 때는 잎이 단단하게 느껴지고, 부족할 때는 잎이 무르게 변하므로 촉감으로 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 현재까지는 에버그린이 축 처졌을 때 코니오그램도 잎이 물러진 상태인 경우가 많아 같은 화분에서 키워도 큰 무리는 없었고, 이대로 키워볼 생각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