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갈이#1.] 간단 흙배합 정리(+분갈이 필요시기와 화분 크기)
봄을 맞이해 3월부터 4차례에 걸쳐 식물 16 종 분갈이를 마쳤다.
분갈이는 시간과 노력이 드는 일이지만 상당히 즐거운 과정이기도 하다. 흙놀이와 물놀이가 한 번에 이루어지는 날.
오늘은 분갈이하면 가장 먼저 고민하게되는 흙배합에 대해 나름 터득한 쉬운 분류법을 공유해본다.
2025 봄, 분갈이 기록
일정을 미리 짠 건 아니지만, 휴일과 주말, 시간이 될 때마다 부지런히 분갈이를 해 주었다.
날짜 | 분갈이 식물 | 주요 계기 |
3/3 | 고사리과 식물들(코니오그램, 에버그린, 파초일엽, 상록 넉줄 고사리) | 새 고사리들을 들여옴 |
3/16 | 홍콩야자, 파키라 (작은) | -채소 씨 뿌리던 날, 흙 만진 김에 분갈이 -물꽂이 번식부터 기른 아기 파키라와 홍콩야자가 꽤 성장해서 따로 심어줌 |
4/12 | 아프리카 괴근들(돌스테니아 잔지바리카, 아데니움 오베숨) 아스파라거스 콩고 |
-작은 기본 포트에 들어있던 아프리카 괴근들 토분으로 이사 -아스파라거스, 콩고 화분 밖으로 뿌리 나옴 |
4/19 | 만세선인장 나비란 상사화 멕시코소철 아기 단풍 이름모를 아기 침엽수 |
지난주 못다한 분갈이 마무리 -나비란 물꽂이 후 뿌리가 무성히 자람 -만세선인장, 멕시코 소철 분갈이 없이 집에 들여온 그대로 기른지 몇 년째 -상사화 뿌리 잘 자라라고 긴 토분으로 이사 |
분갈이 흙 배합
분갈이 흙배합은 항상 애매한 구석이 있다. 같은 식물이라도 식물 기르는 사람마다 흙배합에 대한 상세 조언은 다르다. 내 경우, 분갈이 전 항상 각 식물의 흙배합에 대해 검색해 보고 분갈이를 진행하지만, 흙의 종류와 비율을 세세히 재보지는 않는다. 정답은 아닐 수 있지만, 경험상 일반적으로 내가 생각하는 큰 기준은 과습에 주의해야할 식물이냐 아니냐다.
과습주의 식물군→산야초 6: 상토 4
뿌리나 줄기, 몸통이 통통한 식물들은 자신의 굵은 몸에 물을 저장하는 구조를 가진 경우가 많다. 이런 식물들은 흙이 물에 오래 젖어있으면 썩을 수가 있는, 과습에 주의해야 할 식물들이다. 그밖에, 침엽수나 단풍나무처럼 몸이 통통하지 않은 식물이라도, 어린 개체일수록 뿌리가 얕고 약해서 과습에 매우 민감하다. 흙이 축축한 채로 오래 유지되면 숨을 쉬지 못한 뿌리는 썩기 때문이다. 올봄 분갈이한 식물들 중에는 이런 과습 민감군 식물들이 많다.
식물 | 이유 |
파키라 | 굵은 줄기에 수분 저장. 줄기가 튼튼해 보이지만 뿌리는 과습에 약하다. |
아데니움 오베숨 | 뿌리와 줄기 모두 통통한 괴근식물. 물에 약하다. |
돌스테니아 잔지바리카 | 작은 몸이지만 줄기에 수분 저장하는 괴근식물. 흙이 축축하면 뿌리가 상한다. |
만세선인장 | 대표적인 다육질 선인장. 물 빠짐이 생명이다. |
멕시코 소철 | 뿌리가 굵은 구근 형태. 습기에 약하며, 통기성 있는 흙 필요. |
상사화 | 땅속 알뿌리로 수분을 저장. 잦은 물주기는 곰팡이의 원인. |
*아주 작은 단풍나무 | 뿌리가 약하고 흙 과습에 민감함. 작을수록 물 조절에 더 주의해야 한다. |
*아주 작은 침엽수 | 뿌리 호흡이 중요한 식물. 특히 분재형일수록 물빠짐 좋은 흙이 필수다. |
*단풍과 이름 모를 침엽수는 길가에서 잡초처럼 새끼손가락만 하게 나 있는 녀석들을 집에 데려온 것이다. 아직 뿌리가 약한 작디작은 아기들이라 과습에 주의가 필요하다.
위와 같은 식물들은 대체로 중간 입자 산야초 대 일반 분갈이 흙(상토)를 6:4 정도로 배합하고 배수성 좋은 펄라이트를 조금 추가했다. 이 비율을 기본으로 하되 식물 특성에 따라 산야초를 조금 더 늘리거나 줄이지만, 상토가 더 많아지지는 않게 하는 게 핵심이다.
산야초는 배수와 통기가 잘 되도록 만들어진 마사토 기반의 배합토다. 보습력이 좋아 물이 잘 마르지 않는 상토에 산야초를 섞어주면 빠르게 물이 빠지고 흙이 마르는 걸 돕는다.
그 외, 일반 식물군→상토 6: 산야초 4
과습주의 식물군 이외의 식물들은 대체로 그 반대의 비율인 상토 6, 산야초 4 혹은 7대 3으로 배합을 하여 상토 비중을 늘렸다. 이 또한, 식물에 따라서는 상토 비율을 더 높여 보습력을 유지한다.
식물 | 특징 | 과습에 상대적으로 강한 이유 |
나비란 | 잎이 얇고 수분 증발량 높음 | 습기 있는 환경을 좋아하고, 통풍만 잘되면 과습에도 비교적 강함 |
홍콩야자 | 얇고 단단한 잎, 얕은 뿌리 | 물빠짐만 보장되면, 촉촉한 흙도 잘 견딤 |
콩고 (필로덴드론) |
얇고 넓은 잎, 덩굴성 계열 | 토양 수분을 천천히 흡수하며 잎 증산 작용 활발 |
아스파라거스 | 얇은 잎, 섬유질 뿌리 | 수분 흡수 빠르며, 과습에 아주 약한 편은 아님 (단, 물빠짐은 확보 필요) |
맨 밑에 배수층_난석
대부분의 화분 맨 밑에는 물이 잘 빠지도록 난석을 깔아 배수층을 만들어주었다. 배수층이 있으면 물이 흙 아래에 고이지 않고 빠르게 빠져나갈 수 있어, 상토나 가는 흙이 화분 구멍을 막는 것을 방지하고 물고임을 막는다. 이를 통해 공기 흐름을 확보하여 뿌리가 더 잘 숨 쉴 수 있게 하고 물을 아래로 잘 내려주어 뿌리가 썩는 걸 예방할 수 있다. 하지만,
- 작은 화분에서는 배수층을 만들기보다는 흙배합 자체를 조절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화분이 작을수록 배수층이 흙 공간을 많이 차지하여 뿌리가 자랄 공간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 습한 땅을 좋아하는 이끼류나 고사리류 식물은 배수층이 꼭 필요한 건 아니다.
분갈이 최적의 계절
- 분갈이를 하면 흙도 바뀌고 뿌리도 흔들린다. 따라서 분갈이 후 빠르게 회복하고 뿌리를 내릴 수 있는 식물들의 성장기, 봄(3~5월)이 최적의 시기다. 봄에는 식물의 잎과 줄기, 뿌리가 동시에 활발하게 성장하기 때문에 뿌리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쉽다.
- 하지만 20도 이상 실내에서 식물을 키운다면 계절에 큰 상관없이 분갈이를 할 수 있다.
- 계절보다도, 식물이 꽃을 피우고 있을 때는 뿌리를 건드리는 분갈이가 스트레스 요인이 될 수 있어 피하는 게 좋다.
분갈이 필요 시기
1. 구매 후 1~2년 이상 경과함
분갈이 없이 오래 그대로 두었다면 흙도 굳고 흙 속 영양도 소진된 상태일 수 있다.
2. 화분 밑구멍으로 뿌리가 삐져나옴
뿌리가 너무 꽉 차서 더 이상 안으로 자랄 수 없는 상태라는 신호다. 뿌리 활착이 어렵고 물 흡수도 비효율적이 된 상태로, 분갈이가 필요하다.
분갈이 화분 크기
분갈이할 때 화분은 기존보다 한 치수만 더 큰 것을 고른다. 식물에 비해 화분이 너무 크면 흙이 많아지고, 이에 따라 물이 오래 머물게 되어 과습 위험이 증가한다. 반대로 너무 작으면 뿌리가 엉키고 식물 자랄 공간이 부족해지니 이 또한 주의해야 할 점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