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분으로 통일한 베란다 정원 (이탈리아 토분부터 다이소 토분까지 토분 5종+@)
봄이면 부모님과 함께 양재 꽃시장에서 식물을 한두 개씩 들여오곤 했다. 분갈이가 따로 필요하지 않다면 들여온 화분을 그대로 키우다 보니, 각양각색의 화분들을 보유하게 되었다. 플라스틱도 있고, 도자기도 있고, 색도 모양도 각기각색.
서로 다른 매력의 화분도 나름의 미가 있었지만, 좀 더 식물의 초록과 잘 어울리면서도 자연에 가까운 흙빛 토분에 눈길이 가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집에 있는 화분을 황토색 토분으로 하나씩 바꾸어 나가기 시작했다.
분가 후에도 토분 통일 작업은 계속됐다. 화분 없이 기본 포트에 담긴 것을 사서 토분으로 옮긴다든지, 화분 채로 들여올 수밖에 없는 경우에는 분갈이 때를 기다려 천천히 하나씩 토분으로 바꾸어 가는 중이다.
특히 지금 사는 곳으로 이사를 오면서, 베란다 타일색 또한 토분과 잘 어울리는 테라코타 색 타일을 택했다. 우리가 갔던 타일 가게 사장님께서는 요즘에는 이런 타일을 거의 쓰지 않는다고 만류하셨지만, 지금 봐도 우리 집 인테리어에서 가장 잘한 선택이다.
내가 사본 토분 5종
1. 데로마 토분 ☜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한 토분
나와 가장 오랜 세월 함께해 온 토분은 이탈리아 데로마 토분이다. 일단 데로마는 다양한 모양과 사이즈의 화분이 있어 선택지가 넓다. 데로마 토분 중 꼬또 Cotto 색만으로 우리 집 토분 색을 맞추어 왔었는데, 몇 년 전부터 한동안 국내에서는 데로마 꼬또의 기본 모양과 원하는 사이즈를 파는 곳이 없었다. 이를 계기로, 구할 수 있는 다른 모양의 데로마나 다른 브랜드의 토분들도 사 보기 시작했다.
2. 디그리아 토분 ☜ 귀엽고 통통한 비율, 최애 토분
최근 몇 년 사이에는 다양한 토분들이 여기저기서 보인다. 양재꽃시장에 갈 때마다 토분 파는 곳에서 쉽고 저렴하게 가져올 수 있었던 이탈리아 디그리아 토분이 최근 들어 내가 가장 좋아하는 토분이다. 입구 부분이 두툼하게 처리되어 안정감 있는 귀여운 모습이다. 브랜드를 찾아보고 산 건 아니고, 양재꽃시장 화분 가게에서 쌓아놓고 팔고 있는 것들 중에서 가장 예뻤던 토분이다.
3. 이케아 토분 ☜ 군더더기 없는 깔끔함
최근에는 눈에 띄게 토분이 보편화되어, 이케아나 다이소에서도 토분을 구할 수 있다. 이케아 토분은 토분과 토분받침까지 세트로 된 구성인 데다가 저렴하다. 디자인도 입부분의 구분이 없어,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떨어진다. 다만, 색상은 내가 고집해 온 황토보다는 옅은 살구색에 가까워 고민 끝에 들여왔다.
4. 다이소 토분 ☜ 저렴하고 쉽게 들이는 기본 토분
그리고 다이소의 중국산 토분. 손바닥만한 작은 토분과 토분 받침이 각각 1,000원이다. 회사와 집에서 번식용으로 꺾꽂이한 작은 개체들을 키우기 위해 여러 개 구매했다. 정말 요즘 없는 게 없는 다이소.
5. SPANG 독일 토분 ☜ 높이감 있는 화분, 무늬 있는 화분
가장 최근에는 온라인으로 저렴한 토분을 검색하다가 독일산 토분 SPANG을 발견했다. 좀 긴 화분에 심어주어야하는 식물들을 위해 높이가 있는 화분을 찾고 있었는데 마침 기본형과 함께 길쭉한 형태의 화분도 팔고 있었다. 화분 높이가 좀 있으면 흙이 깊어야 하는 식물들에게도 좋고, 베란다 바닥에 화분 스탠드 없이 그냥 두어도 베란다 창틀을 넘어서서 좋다. 그리고 무엇보다, 주로 가지고 있는 기본형 토분들의 비율과 차이가 나게 길쭉한 형태를 가지고 있어, 다른 화분들과 색감에서는 조화로우면서도 높이에서는 리듬감을 줄 수 있다.
⚫ 검은 토분 ☜ 아프리카 괴근 식물들을 위한 포인트 컬러
최근 아프리카와 동남아의 괴근 식물들을 몇 들여왔는데, 녀석들에게 포인트를 주고자 검은 화분(SPANG 바솔트/모카색, 위에 사진 오른쪽)을 들여왔다. 스테파니아 에렉타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모카색 화분(아래 사진)에 심었고, 이와 맞추어 길쭉한 모카색 화분을 더 들인 것이다. 배송되어 온 걸 보니 생각보다 휘감고 있는 짙은 무늬가 도드라져 보인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모카색 화분처럼 단색이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네덜란드 재생플라스틱 화분, 엘호 ☜ 비싸고 무거운 직사각 토분의 현실적 대안
최근에 베란다 텃밭, '먹는 정원' 만들기를 시작하면서, 직사각으로 긴 형태의 토분을 찾아봤는데, 마땅한 길이가 없는 데다가 너무 비쌌다. 결국 색감만 토분 색감으로 맞춘 재생플라스틱 화분 엘호 Elho를 들여왔다. 무게도 가볍고 가격도 토분 절반 수준이라 실용적인 대안이다.
토분 고를 때 고려하는 부분 & 장점
데로마는 언제 최초로 구매하기 시작했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기억나는 시점부터 잡아도 최소 5년, 디그리아 최소 2-3년, 이케아는 비교적 최근에 쓰기 시작했다. 모두 별다른 문제없이 우리 집 식물들을 키워내고 있기 때문에, 주로 디자인과 가격을 보고 토분을 고른다.
어디서 들여온 토분이든, 모양이 다른 토분 하나만 있을 경우 전체 분위기 속에서 살짝 튈 수 있어서 가급적 한 브랜드의 토분을 최소 2개 이상 들여와서 전체적 색감과 형태의 통일성을 유지하고 있다.
토분의 장점은 일단 내 눈에 예쁘다는 거 외에도,
- 무코팅 황토 토분은 미세한 구멍들이 있어 공기와 수분이 잘 통과하며,
- 과습에 의한 뿌리 썩음 방지에도 효과적이다.
- 시간이 지나며 자연스럽게 거칠어지는 질감도 매력이다. (아래 사진)
- 무거운건 단점이지만, 그만큼 안정감이 있다는 장점이 있다.
*토분에는 시간이 지날 수록 하얀 자국이 생기는데, 이는 물속 미네랄 성분이나 비료 속 염류가 빠져나오며 생기는 ‘백태 현상’ 때문이다.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너무 두껍게 쌓이면 공기와 수분 순환을 방해할 수 있으므로, 식초와 물을 섞어 부드럽게 닦아주는 것도 좋다.
벚꽃이 만개했다. 나무들도 연두빛 새순으로 물들어가고, 우리집 식물들도 새 잎을 내고 있다. 이제 슬슬 거실 식물들도 베란다 정원으로 내놓을 때가 온 것 같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