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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그리기] 원데이클래스_그림, 다시 시작해볼까?

오모나25 2025. 2. 26. 16:59

지난 포스팅 ([그림그리기] 성인취미미술_정육면체부터 다시 시작)에서 그림을 다시 그리게 된 이야기를 했다.

결단을 내리게 해준 원데이클래스의 첫 그림에 대해 몇 자 남겨본다.

네이버 지도를 켜고 '성인미술'을 검색하면 근처에 몇 개의 화실들이 있다.

오가며 진을 빼고 싶진 않았기 때문에 최대한 가까이 있어야 했고,

선생님이 어떤 스타일로 화실을 운영하시는지 웹사이트와 리뷰를 통해 확인했다.

몇 달 째 리뷰와 거리, 비용 등만 확인하다가 한 곳은 찾아가보고 마다하기도 했다.

이렇게 다시 눈팅만 하던 중, 후보군에 있던 화실에서 원데이 할인 이벤트를 해서 바로 가본 것이다.

평소에 좋아하던 <물고기는 없다> 속 Kate Samworth의 삽화*한장을 들고서.

*https://katesamworth.com/collections/portfolio-shop-reproductions/products/ch-2-why-fish-dont-exist

 

 

Ch. 2, Why Fish Don't Exist

Archival print 5x8 inches includes shipping within US

katesamworth.com

원데이는 아크릴로 그려볼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었다.

아크릴은 학창시절 포스터 그리기에 써봤지만

(이것도 집에 돌아와서 아크릴 물감세트를 발견한 후 기억났다.)

수채물감이나 연필에 비해 생소한 재료였다.

 

삽화 내 바닷속에는 물보다 많아 보이는 해양생물들로 가득하고,

각각의 해양생물들의 디테일이 세밀하게 표현되어 있다.

원데이 클래스 특성상 시간 제약이 있기 때문에

최대한 시간 내 완성하기 위해 물고기들을 많이 생략하고 들어갔다.

아크릴로 육지와 바다 색을 깔아주고 나니 본뜬 그림의 선들은 희미해졌다.

본을 뜨게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면 직접 그릴 생각이었기 때문에 괜찮다.

어차피 완전히 똑같이 베끼는 것보다는 내 느낌이 들어간 게 좋았다.

 

수채화가 더 익숙한 재료다보니,

물을 거의 안쓰다시피 쓰는 아크릴은 다루기가 어렵게 느껴졌다.

판화의 선을 살려 하얀 아크릴로 세밀한 부분과 명암을 주기로 했는데,

아주 얇은 붓으로도 하얀 선을 날렵하게 긋기가 어려웠다.

아크릴 물감 외에 아크릴 펜으로도 하얀 선은 정리할 수 있었지만,

펜은 붓보다도 섬세한 조작이 어려웠다.

결국 하얀 선 부분을 시작하다가 클래스 시간은 종료됐다.

선생님께서 하얀 아크릴을 조그많게 싸 주셨고,

집으로 돌아와

가까운 올리브영에서 립브러쉬 얇고 탄탄한 걸 사다가

선을 긋기 시작했는데 영 세밀하지가 않다.

물기를 쏙 빼고 부드러운 음영을 넣는 매력은 있었다.

그러다 생각해 낸게 젤리롤 하얀 펜이다.

예전에 검은 바탕의 노트에 쓰기 위해 사두었던 하얀 잉크의 펜!

면을 채워줘야하는 부분에는 펜선을 남기기 때문에 쓰기 좋지 않지만,

명암선과 세밀한 비늘을 표현하는 데에는 최고의 선택이었다.

여러모로 거칠고 헛점투성이이지만.

20년도 넘는 시간동안 손을 놓아버렸던 그림을 다시 그리게 되어 기쁘고,

좋아하는 흑백 그림을 색을 입힌 아크릴화로도 간직하게 되어 기뻤다.

 

어설퍼도 내 안에 있는 것들을 그림으로 풀어내는 과정 자체가 힐링이다.

더 정제하여 내가 원하는 결과물로 만들어내고 싶다.

 

내가 미술을 다시 시작하게 된 이유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