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노트 Green Notes/고사리 정원 Fern Garden

고사리의 역사/구조/번식+직접 키우는 고사리 8종 소개 | 고사리 덕후를 위하여

오모나25 2025. 5. 26.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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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왔던 식물들 중에서도 고사리는 특별하다. 가장 오랜 세월 길러왔고, 한 식물 종 안에서는 가장 다양한 품종을 키우고 있다.

새로운 잎이 피어날 때마다 그 귀여움에 놀라버리는 식물.  야외에서도 실내정원에서도, 심지어 밥상에서도 보는 이 매력적인 녀석에 대해서 한번쯤 정리를 해두고 싶었다.

이 글에서는 고사리 덕후들과 고사리를 반려식물로 키우고 싶은 분들을 위해, 고사리의 역사, 구조, 번식법, 그리고 직접 키우고 있는 고사리 8종까지 모두 정리해 보았다.


1. 가장 오래된 식물, 고사리의 역사

고사리는 약 3억 6천만 년 전부터 존재한 고대식물로, 현존 가장 오래된 식물군에 속한다. 그 당시 고사리류 식물은 거대한 숲을 이루었고, 이들이 땅에 묻히며 오늘날 석탄의 기원이 되었다.(그림 1. 석탄기를 그린 19세기 삽화 중 고사리가 보인다.)

19세기 영국에서는 ‘고사리 열풍(Pteridomania, fern fever)’이 일어 귀족들이 고사리를 수집하고 유리 상자에 키우며 감성적 상징으로 여겼다고 한다. 그때나 지금이나 고사리의 아름다움이 많은 사람들을 매혹시켰나보다. (그림2. 고사리를 수집하는 사람들을 그린 19세기 삽화)
한국 땅에서도 고사리는 전국 산지와 계곡, 습하고 그늘진 지역에 자생해왔고, 우리 밥상의 대표 나물 자리를 지켜왔다.

(왼/그림 1.)Meyers Konversationslexikon (1885~1890), Bibliographisches Institut (Wikimedia Commons) (중앙/그림 2.)Helen Allingham, Gathering Ferns , 《The Illustrated London News》, 1871, (Wikimedia Commons) (오/그림 3.) The Ferns of Great Britain and Ireland (1857), Thomas Moore. (Wikimedia Commons)

2. 고사리의 구조 – 꽃도 없고 씨앗도 없다?

고사리는 일반적인 꽃 식물과 구조가 다르다. 꽃도 없고 씨앗도 없이, 포자로 번식하는 포자식물(Spore plant)이다.

뿌리줄기 (Rhizome)

  • 겉으로 보기엔 뿌리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땅속에 기는 줄기이다.
  • 이 줄기에서 잎과 뿌리가 나오면서 자란다.

잎 (Frond)

  • 고사리에서 가장 눈에 띄는 초록 부분이다. 우리가 보통 '고사리'라고 부르는 건 대부분 이 잎이다.
  • 잎은 한 장처럼 보여도, 작은 잎들이 좌우로 여러 갈래로 갈라진 구조를 하고 있다.

잎줄기 (Stipe)

  • 잎과 뿌리줄기를 이어주는 부분으로, 일반 식물의 줄기처럼 생겼다.
  • 이 부분을 중심으로 양쪽에 작은 잎이 달린다.

중심줄기 (Rachis)

  • 잎줄기 위쪽에서 이어지는 잎의 중심 축이다.
  • 여기서 작은 잎 조각들(Pinnae)이 좌우로 자라나 깃털 모양을 만든다.

작은 잎 (Pinnae)

  • 고사리 잎을 자세히 보면, 좌우로 배열된 잎 조각들로 이루어져 있다.
  • 이 작은 잎 하나하나를 핀나(Pinna)라고 부른다.

포자낭 (Sori)

  • 고사리 잎의 뒷면에 점처럼 보이는 부분이 바로 포자낭이다.
  • 여기서 씨앗 대신 나오는 포자(spore)가 만들어진다.
  • 종에 따라 점처럼 생기기도 하고, 줄처럼 이어지기도 하며, 색깔도 갈색이나 검은색 등 다양하다.

(c)오모나정원. (우측 왼)고사리의 구조 / (우측 오)야외 화단의 고사리 /(하단 왼) 포자낭 클로즈업 / (하단 오) 조인폴리아에서 본 거대 고사리의 포자낭

3. 고사리 번식 방법 

포자 번식

  • 주로 자연적인 번식 방식; 실내에서는 어려움 있음

포기 나누기

  • 고사리 뿌리가 군생으로 자랐을 때 나누어 심는 방법
  • 봄~여름 분갈이철에 하는 것이 적기
  • 분리 후에는 습도 조절과 통풍 유지가 중요함

4. 고사리 정원 소개 - 내가 직접 키우고 있는 고사리 8종

고사리는 같은 속이라 해도 생김새와 기르는 방식이 조금씩 다르다. 나는 지금까지 여덟 종의 고사리를 직접 키우며, 각기 다른 잎의 질감과 성격을 관찰해왔다. 아래는 내가 함께 살아가고 있는 고사리 8종이다.

 에버그린 고사리 어린잎(fiddle head)보스턴 고사리 fiddle head 어린잎
꼬물꼬물 올라오는 고사리 어린잎(Fiddle head)/ 왼쪽부터, 하트펀, 에버그린, 보스턴 고사리

① 하트펀 고사리 (Hemionitis arifolia)

  • 검고 얇은 줄기에 하트 모양 잎이 남
  • 새로 나는 잎은 귀여운 털복숭이
  • 공중 습도에 매우 예민한 편이나, 습도를 잘 맞춰주면 폭풍 성장

▶하트펀 고사리 키우기 | 죽어가는 하트펀 살리고 번식까지 (3년차 기록) 보기

② 솜사탕 고사리 (Nephrolepis exaltata 'Cotton Candy')

  • 잎이 여리여리 부드럽고, 전체 형태는 구름 같이 가볍고 푹신한 느낌
  • 공중 습도에 매우 예민한 편이나, 습도를 잘 맞춰주면 폭풍 성장

▶솜사탕 고사리 키우는 법 보기

③ 파초일엽 (Asplenium antiquum)

  • 다른 고사리들에 비해 단단하고 넓은 잎을 물결치듯 펼쳐내는 시원시원한 느낌
  • 물때만 잘 맞추면 키우기 쉬운 편
  • 순둥이과. 입문용 고사리로 추천

▶파초일엽 키우기 | 키우기 쉬운 고사리를 찾는다면

④ 에버그린 고사리 (Pteris ensiformis 'Evergreen')

  • 깃발처럼 치솟으며 자라는 날렵한 잎이 매력
  • 잎은 짙은 초록색 (무늬종도 있음)
  • 파초일엽보다는 예민하고, 솜사탕 고사리, 하트펀 고사리보다는 덜 예민한 편

⑤ 코니오그램 고사리 (Coniogramme japonica flavomaculata)

  • 나뭇잎처럼 넓적한 잎, 연두색과 초록색의 줄무늬가 아름답다.
  • 한국 포함, 동아시아 산지에서 자라는 토종 고사리의 원예품종
  • 별 탈 없이 물만 잘 주면 순둥한 편

▶코니오그램 & 에버그린의 모습과 분갈이 방법이 궁금하다면

⑥ 보스턴 고사리 (Nephrolepis exaltata 'Bostoniensis')

  • 무성하고 풍성하게 자라는 고사리
  • 풍성하고 아래로 늘어지는 잎이 특징 (화분 걸이로 파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는 대표적인 걸이 고사리)
  • 순둥순둥함. 신경 못써줘서 죽다가도, 신경써주면 다시 잘 자람

▶보스턴 고사리 키우기 | 빛 부족한 공간에 정글 같은 초록을 원한다면

⑦ 안테나 고사리 (Doryopteris cordata 'Antenna fern')

  • 가늘고 긴 잎줄기에서 깃털같은 잎을 쏙 뽑아내는 안테나 모양.
  • 치명적 귀여움. 털복숭이 아기 잎이 남.
  • 순둥한 편

▶안테나 고사리 키우기 | 두 가지 모양 잎이 나는 귀여운 고사리

⑧  상록 넉줄 고사리/후마타 고사리 (Humata tyermannii = Davallia griffithiana)

  • 뿌리줄기에 은은한 흰털이 자라는 독특한 외형
  • 무성히 자라면 이 뿌리줄기가 바깥으로 나와 타란툴라 느낌
  • 순둥한 편

파초일엽 밤에 찍은 모습코니오그램과 에버그린 토분에 합식한 모습
솜사탕고사리와 하트펀이 크고 있는 온실/ 파초일엽 / 코니오그램과 에버그린 합식 화분
무성하게 잎이 자란 보스톤 고사리안테나 고사리타란툴라처럼 뿌리줄기가 늘어진 후마타 고사리
보스톤 고사리 / 안테나 고사리 /상록넉줄고사리

요약

  • 고사리는 약 3억 6천만 년 전부터 존재해온 가장 오래된 식물군으로, 꽃과 씨앗 없이 포자로 번식한다.
  • 고사리의 주요 구조는 뿌리줄기(Rhizome), 잎(Frond), 중심줄기(Rachis), 포자낭(Sori) 등으로 구성된다.
  •  번식은 주로 포자 번식과 포기 나누기 방식으로 이루어지며, 실내에서는 포기 나누기가 일반적이다.
  •  하트펀, 솜사탕, 보스턴 등 실제로 키우고 있는 고사리 8종의 특징과 성격을 간단히 소개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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