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식물 로그 Plant Log/괴근식물 Tuberous Plant

아프리카? 아닌 태국 괴근 식물, 스테파니아 에렉타 키우기 | 분갈이/휴면기 물주기/싹틔우기

by 오모나25 2025. 3. 17.

최근 몇 년 사이 '아프리카 괴근 식물'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울퉁불퉁 튼실한 몸통에서 우아하게 뻗어 나오는 잎사귀,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줄 것 같은 강렬한 에너지가 매력적이다. 이렇게 불리는 식물들 중 일부는 실제로 아프리카가 아닌 동남아시아 지역을 원산지로 두고 있는 경우도 있다. 아직 널리 보급되지 않아서인지 꽤 비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 괴근은 뭘까?

괴근(덩이뿌리)은 뿌리가 땅속에서 비대해져서 영양분을 저장하는 형태다. 뿌리 모양이 굵고 덩이처럼 비대한 모습이며, 싹은 괴근 끝이나 특정 부위에서만 올라오는 경우가 많다. 고구마가 대표적인 괴근 식물이다. 감자는 비슷해 보이지만, 괴근이 아닌 '줄기 괴경'으로, 땅속줄기가 비대해져서 영양분을 저장한 형태다. 감자 눈이라고 하는 싹트는 구멍이 곳곳에 나는데 이건 줄기의 특징이다. 뿌리는 보통 이렇게 마디나 싹이 많지가 않다.

 

괴근 vs. 괴경

  괴근 (덩이뿌리) 괴경 (줄기괴경)
변형 부위 뿌리 줄기
싹 나는 위치 뿌리 끝이나 특정 부위 감자 눈마다 싹 남
대표 식물 고구마, 스테파니아 에렉타 감자, 토란

 

🥔 괴근 식물, 스테파니아 에렉타 Stephania Erecta

 

작년 12월, 우리 집에도 괴근 식물 스테파니아 에렉타를 들여왔다. 스테파니아 에렉타는 검색하다 보면 아프리아 괴근 식물이라고 표기된 상품들이 많지만 태국이 원산지이고, 태국뿐 아니라 주변 동남아 국가들의 열대 및 아열대 지역 산지, 숲 속 등에서 자란다. 자연상태에서는 건기와 우기가 뚜렷한 환경에서 잘 적응해서 살아가는데, 건기에는 괴근만 남기고 잎을 모두 떨구고 휴면에 들어간다. 한국에서 기르면 겨울철에 휴면기에 들어가기 때문에, 우리 집에 온 12월에는 잎이 하나도 없는 괴근 상태였다.

스테파니아 에렉타 특대 사이즈 괴근

 

온라인 구매를 위해 여러 구매처의 가격과 리뷰를 샅샅이 확인했는데, 겨울에 휴면기라 사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인지 리뷰도 최신 리뷰가 적었고, 가격도 괴근이 매우 작은데도 최소 15,000원 이상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었다. 여러 비교 끝에, 나는 특대 사이즈임에도 중품 정도의 가격에 팔고 있던 지금의 '감자'를 배송비 포함 28,000원에 들여왔다. 리뷰에는 다들 한 손 묵직이 괴근 하나씩 들고 행복해하는 모습이다. 이 자 같은 몸통에서 초록 줄기가 나고 그 위로 동그란 초록 잎들이 조롱조롱 달리게 될 미래를 상상해보았다.

 

🥔스테파니 에렉타 분갈이
흙배합 & 화분 선택

판매자 분께 어떻게 기르면 좋을지 구매문의 톡에 남겼더니, 전화까지 주셔서 시원하게 설명해 주셨다. 사토(모래정도 크기) 7에 일반상토 3의 비율로 섞은 흙에 엉덩이를 걸치듯 살짝 심고, 베란다가 아닌 실내에서 일주일에 한 번 물을 주면 봄에 싹이 난다고 하셨다.

 

화분 크기가 너무 크면 흙이 많아지고 흙 속 수분도 그만큼 더 오래 머무른다. 스테파니는 괴근이 스스로 수분을 저장하는 식물이라 흙이 오래 젖어 있으면 과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괴근 크기보다 살짝 여유가 있는 정도의 화분을 쓰기로 하고, 작년 크리스마스이브에 우리의 '감자'를 심어주었다. 아주 자세히 확대해서 보니 연둣빛 점하나 찍어 놓은 것 같은 잎이 살짝 보였다.

2024.12.24
2024.12.26

 

12월에 들여와, 1월부터 2월까지도 스테파니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애초에 봄이 와야 잎을 본다는 것을 알고 한참 기다릴 각오를 하고 들였지만, 이대로 싹이 올라와 줄지는 미지수였다. 밑이 썩었거나 속이 잘못되었는데 모르고 있는 건 아닐지 걱정되기도 했다. 모습이 전혀 변하지 않는 '감자'같은 녀석에게 매주 흙상태를 보며 물을 조금씩 주는 것은 인내를 필요로 한다. 그래도 단 하나의 희망은, 처음 왔을 때부터 점처럼 보일락 말락 존재하던 연둣빛이 색이 바래지 않은 채 연두연두하다는 것.

 

🥔스테파니아 에렉타, 싹 틔우다 🌱

식집사의 삶은 인내와 놀람의 연속이다. 3월 초의 어느 날, 스테파니에게 물을 주다가 깜짝 놀랐다. 연둣빛 점처럼 작디작아 눈에 잘 보이지도 않던 잎사귀의 '징조'가 이젠 눈에 띄게 선명한 연두색 잎줄기로 뿅 올라왔다. 식재한 지 2달여 만의 일이다. 울퉁불퉁하고 척박한 행성의 표면으로 부드러운 초록빛 잎이 뚫고 나온 것 같은 모습! 입이 딱 벌어졌다. 아직 줄기가 뻗어 나고 잎이 동그란 모습으로 날 때까지 시간이 걸릴 테지만 1차 안심했다. 살아 있었구나.

🍃 스테파니아 에렉타, 어떻게 클까? 🌿

스테파니아 에렉타는 자연상태에서는 숲 속 바닥이나 바위틈에 자라면서 주변의 나뭇가지나 돌에 기대어 덩굴을 뻗기도 한다. 집에서 키울 때도 줄기가 뻗어 나기 시작할 때 지지대를 세워주거나 줄을 만들어주면 원하는 수형으로 자라게 할 수 있다. 온라인 판매처 중에는 처음부터 동그란 지지대를 만들어 파는 곳들이 종종 보인다. 아래 검색결과처럼 벽 한 면이나 천장을 따라 지지대를 놓아 기를 수도 있겠다.

 

잎이 펼쳐질 때까지 또다시 설레는 기다림의 시간에 돌입한다.

Stephania erecta indoor climbing 구글 이미지 검색 결과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