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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그리기] 사진 보고 색연필로 그린 문어 선생님

by 오모나25 2025. 3. 27.

1월엔 정육면체, 구, 원통으로 소묘 기초 연습을 하고, 2월부터 본격적으로 내가 그리고 싶은 그림에 들어갔다. 첫 그림이었던 <물고기는 없다> 속 삽화를 따라 그리면서부터, 해양 생물들을 그려보겠다고 마음먹고 있었다. 어떤 것을 그려볼까. 최근 읽은 <심해> 속 놀라운 생명체들? 심해 문어...문어?! 넷플릭스 다큐 <<문어선생님>>을 본 후 문어는 나에게 가장 인상적인 바다 생명체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었다. 

 

문어를 포함, 그려보고 싶은 몇가지 해양 생명체 사진들을 선생님께 보여드렸더니 몇 장의 고화질 사진을 뽑아주셨다. 그중 우람한 형태의 문어 한 마리가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문어의 형태와 세밀한 특징이 잘 드러난 사진이다. 검은 바탕에 문어의 형태가 흑백으로 나타난 사진이니, 검은 도화지에 흰색 색연필로 그려보기로 했다. 

© 2025 by OHMONA All rights reserved.

사진을 보고 그리는 방식은 20여 년 전 그림을 배울 때에는 해본 적이 없었다. 그 때는 주로 실제 정물을 보며 그렸는데, 입체적인 대상을 관찰하며 그리는 것과 달리, 사진은 평면 이미지이기 때문에 형태를 인지하고 연습하기에 더 좋다.

 

사진을 보고 따라 그리게 되면 몇 가지 생각하게 되는 포인트들이 있다. 

어디까지를 따라 그릴 것인가? 얼마나 정확하게, 세밀하게 따라 그리고 싶은가? 어디서부터 생략할 것인가?

 

색연필이라는 도구가 만들어내는 그림의 느낌 자체가 사진과는 다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도구의 특성에서 나오는 다름이 있을 것이다. 이 '다름'은 의도적으로 살리고 싶은 차이다. 사진을 보고 그렸지만 색연필의 질감이 살아나는 그림.

 

그럼 형태의 디테일은? 물론 사진처럼 세포 하나하나의 디테일을 따낼 수는 없겠지만, 최대한 유사하게 그려보고 싶었다. 언젠가 내가 원하는 그림을 그리고자 할 때, 내 손끝을 내가 원하는 대로 컨트롤할 수 있게 되는 것이 지금의 목표 중 하나다.

© 2025 by OHMONA All rights reserved.

색연필로 이런 세밀화를 그리는 것 또한 처음이다. 색연필은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때 색칠용으로 썼던 경험이 전부가 아니었을까. 문어를 그리면서, 색연필로 이렇게까지 디테일한 표현이 가능하다는 것에 놀랐다.

 

연필로 소묘를 하다가 색연필로 넘어오게 되면서 어려웠던 점은, 연필은 잘못되면 지우면 되는데, 색연필은 완전히 지울 수가 없기 때문에 더 조심스러운 손놀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디테일에 디테일을 얹어가며 문어를 완성하면서, 자연의 아름다움이 얼마나 오묘한 것인지를 깨닫는다. 문어의 빨판과 머리통의 주름들은, 질서있게 줄지어 있는 듯하면서도 어느 하나 같은 크기나 같은 선의 흐름이 없다. 그럼에도 전체적으로 조화롭고 아름답다.

 

마지막으로, 빛이 두드러지게 빛나는 빨판 윗부분과 문어 피부의 울툴불퉁한 부분을 젤리롤 하얀 펜으로 살짝살짝 빛내주고 마무리했다.

 

그림을 그리면서 과정을 사진으로 남기게 되었는데, 사진으로 보면 미흡한 부분이 어디인지를 훨씬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구석구석 미흡함에 대한 아쉬움을 남긴 채 이 정도 선에서 마무리 지었다. 

© 2025 by OHMONA All rights reserved.

 

거실에 걸린 문어 선생님.

© 2025 by OHMONA All rights reserved.

 

끝.